시사 칼람(Kalam) 14호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가능할까? (성일광)

유로메나연구소
2022-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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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칼람(Kalam) 14호. 2022년 1월 2일 일요일  

(칼람은 아랍어로 말을 뜻합니다.)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가능할까?


성일광 유로메나연구소 연구교수


이란 핵협상이 지지부진하면서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격 여부에 국제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실제 이스라엘이 공격할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지, 만약 공격이 이뤄지면 이란이 어떻게 대응할지를 두고 다양한 분석과 시나리오를 언론매체에서 보도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현 상황을 바라보는 이스라엘 전문가들의 시각이 천차만별이라는 사실이다. 가장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쟁점은 현재 이스라엘군이 이란의 핵시설을 공습할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는지다. 물론 핵시설 타격은 핵개발을 늦출 뿐 이란의 핵개발 계획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는 것을 이스라엘은 잘 인지하고 있다.


먼저 현재 이스라엘 군사력으로는 핵시설 타격이 불가하다는 주장이 있다. 준비가 비교적 잘 된 10년 전에는 가능할지 몰라도, 지금은 준비가 안 돼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다. 이스라엘군이 지금부터 준비하면 수년 후에야 이란 핵시설 타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밖에 여러 가지 기술적인 문제로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타격이 쉽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을 타격하려면 터키와 시리아 영공을 지나거나 이라크와 요르단이나 사우디아라비아 영공을 통과해야만 한다. 가장 짧은 거리는 이라크와 요르단을 가로지르는 항로지만, 이라크와 요르단이 영공 통과를 허가할지 알 수 없다. 이란의 보복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이란의 보복을 당할 위험을 감수할 수 있을는지 알 수 없다.


설사 영공을 통과하더라도 전투기는 폭탄과 미사일을 최대한 탑재해야 하기에 부담스럽다. 게다가 기술적으로도 어렵다. 이란 타격에 최적화된 최신예 F-35 스텔스기도 중간 급유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최근 KC-46 최신 공중 급유기를 인도해 달라고 미국에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미국이 급유기 인도를 늦추는 이유는 이스라엘과 이란에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2023년까지 KC-46 공중 급유기 2대를 도입하기로 미국과 협의한 바 있다.


이론적으로는 이란 타격을 위해 사용 가능한 항로가 하나 더 있다. 이란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아제르바이잔(Azerbaijan)에서 전투기를 출격하는 것이다. 예루살렘(Jerusalem)과 바쿠(Baku)는 정보와 군사 분야에서 매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아제르바이잔 정부가 자국 공항을 이스라엘이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사실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다. 이스라엘 무인기가 아제르바이잔에서 출격해 이란 정보를 수집한 사례는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다.

 

하지만 아제르바이잔 정부가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을 타격할 수 있도록 공항 사용은 물론 영공 통과를 승인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아제르바이잔 영토를 이용해 전쟁 행위라고 할 수 있는 핵시설을 타격하는 것과 대이란 정보 공유와 수집은 차원이 완전히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제르바이잔이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의 갈등에 끼어 이란의 보복 공격을 당할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할 리 만무하다.

 

설사 이스라엘이 이라크(Iraq), 요르단(Jordan)과 사우디아라비아(Saudi Arabia) 영공을 들키지 않고 통과한다고 해도 중동에는 여러 강대국의 군사자산이 배치돼 있다. 미국, 러시아, 영국의 공군, 전함과 항공모함, 군기지와 레이더와 정보 기지가 있다. 특히 이란에 대이스라엘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해온 터키도 있다. 요컨대 이스라엘 전투기가 레이더 감시망을 뚫고 이란 핵시설을 타격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전투기 공습보다 파괴력과 정확도가 많이 떨어지긴 하지만 이스라엘이 보유하고 있는 중거리 탄도 미사일 제리코III(Jericho III)가 이란 핵시설을 공격할 수도 있다. 제리코III의 사거리는 4,800~6,500km이고,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지만, 실제 이스라엘이 핵무기를 사용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 핵무기 보유 사실이 공개되면 심각한 외교적 마찰과 국제사회의 비난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을 타격하면 이란의 보복 공격은 어떻게 전개될까? 거의 확실시 되는 이란의 대응 공격은 레바논의 헤즈볼라(Hezbollah)를 이용하는 것이다. 헤즈볼라는 현재 로켓 15만 발, 무인 드론 및 다른 군사적 타격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헤즈볼라는 또 이스라엘의 국가 중요시설을 타격할 수 있는 GPS 장착 정밀 유도 미사일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헤즈볼라와 전쟁이 개시되면 이스라엘 후방은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엄청난 피해를 입는 것은 물론, 수백 명대의 사상자가 속출할 것이다. 전선이 헤즈볼라로 그치지 않고 시아파 민병대가 활동하는 시리아, 이라크, 예멘 또는 가자 지구의 하마스와 전선이 추가 형성될 수도 있다. 예멘의 후시(Houthi) 세력이 이스라엘 최남단 도시 에일랏(Eilat)을 미사일로 공격하거나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가 이라크 서부에서 순항 미사일(cruise missile)로 이스라엘 동부를 강타할 수 있다.



이란이 또 역내 미국의 동맹 바레인(Bahrain), 카타르(Qatar)와 사우디아라비아나 미국과 연계된 목표물, 역내 미군이나 대사관 등을 공격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다양한 목표물을 겨냥한 이란의 군사적 대응은 국내 여론을 현 정권에 유리하도록 바꾸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하지만 미국 동맹이나 미국 자산 공격은 미국과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매우 조심스럽게 대응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 공격 시 필요한 것은 미국의 적극적 지지나 최소한의 암묵적 지지이다. 지난 12월 22일 이스라엘을 방문해 이란 문제를 논의한 설리번(Jake Sullivan) 미국 국가안보 보좌관은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격을 반대하냐는 질문에 “이스라엘은 주권 국가”라고 답했다. 반대의견이나 금지선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에 매우 긍정적인 함의를 주었다. 최근 이스라엘과 미국은 대이란 정책과 관련해 긴밀한 공조를 자랑하고 있다. 미국은 자신이 이란을 달래는 역할을 하고, 협상 실패 시 채찍으로 이스라엘을 사용할 수 있다는 신호를 이란에 보내고 있다.

 

한 전문가는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을 타격하지 말고 미국과 협상하여 문제를 해결하라고 조언한다.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해 이스라엘을 위협할 경우를 대비해 미국과 공개적으로 핵우산 협상을 천명하고 합의를 끌어내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이스라엘에 핵우산을 제공하면 이란은 미국의 보복 공격이 두려워 이스라엘을 핵무기로 위협하거나 공격하기 어렵다. 미국뿐만 아니라 이란의 핵개발을 우려하는 역내 다른 아랍국가, 즉,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과 UAE가 원한다면 이스라엘과 함께 미국과 핵우산 합의에 동참할 수 있다. 미국과 핵우산 합의는 이스라엘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핵우산 합의에서 이스라엘이 유의할 점은 합의를 핵무기 분야에 국한하고 재래식 무기 사용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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