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칼람(Kalam) 11호. 2021년 10월 30일 토요일
(칼람은 아랍어로 말을 뜻합니다.)
이슬람 세계의 신 스틸러(Scene Stealer), 파키스탄의 데오반디와 바렐비
이수정 유로메나연구소 책임연구원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걸프 국가, 이집트, 알제리를 포함하는 북아프리카, 요르단, 이라크, 레바논 등 샴(Sham) 지역 국가 등 아랍 15개국을 대상으로 2008년부터 진행한 연간 조사 결과가 언론에 발표되었다. 해당 조사의 주제는 아랍 국가의 젊은 세대가 이슬람을 바라보는 관점과 변화 추이다. 조사 결과는 놀라웠다. 2019년 조사에 응한 아랍의 18세에서 24세 사이의 젊은 청년의 66%가 중동 지역에서 이슬람의 역할이 너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79%가 종교 기관을 개혁할 필요가 있다고 답변하였다. 이 수치를 눈여겨보아야 하는 다른 이유는 조사 진행 기간 중 이슬람의 역할이 너무 크다고 생각한 젊은 세대의 비율이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슬람이 시작한 곳이자 역사 속에서 이슬람 세계를 이끄는 역할을 수행하고, 자청하기도 하였던 아랍 국가 내 젊은 세대의 종교성 변화는 현대 사회 속 이슬람 국가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아랍 국가 내 종교의 의미가 조금씩 변화하는 동안 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와 같은 이슬람이 다수인 다른 지역의 이슬람 역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지역은 아랍 세계의 흐름과 반대로 ‘강경 이슬람의 부상’, ‘신근본주의의 성장’, ‘신성모독법 강화’ 등 이슬람을 강조하고 종교적 특성이 강해지는 형국이다.
이슬람은 결코 하나의 특성으로 단일화할 수 없고, 수많은 국가에 널리 퍼져있는 종교이기에, 그 신자 수만큼이나 다양한 특성이 존재한다. 아랍 지역에서는 이슬람을 강조하고, 개인의 절대적 신념으로 삼는 비율이 줄어드는 반면에, 다른 어딘가에서는 이슬람의 이름으로 극단적인 행동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 글에서는 다양한 지역의 여러 이슬람 국가 중에서도 파키스탄의 사례를 통해 그동안 많이 접해보지 못한 이슬람 세계의 또 다른 종교 지형 중 하나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한국어로 정확하게 의미를 부여하여 이슬람 세계에 있는 여러 종파와 법학파, 종교 단체를 구분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이슬람이 순니파와 시아파로 나뉘어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시아파의 경우 정통칼리파 알리를 계승한 이맘을 따라 내려가며, 다섯이맘파(자이디파, Zaydi), 일곱이맘파(이스마일리파, Ismaili), 열두이맘파(이마미, Imami)로 구분한다. 시아파 신자 대다수는 열두이맘파에 속한다. 이들 외에도, 알라위(Alawi)나 알레비(Alevi)에 속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순니파의 경우 특정 이슬람 법학자를 따르는 법학파로 다시 세분화한다. 말리키(Maliki), 하나피(Hanafi), 샤피이(Shafii), 한발리(Hanbali) 법학파로 나눌 수 있는데, 이를 통칭하여 4대 법학파라고 부른다. 이외에도 카리지파(Khariji)에서 파생한 세력과 수피(Sufi)를 세분화한 수피 종단에 따라 이슬람 세계의 종교적 특성을 분류한다.

특히 국내에서 일반적으로 순니 법학파를 논할 때는 4대 법학파를 중심으로 다루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해외의 이슬람 세계 종교 종파와 조직 구성도를 살펴보면, 하나피 법학파 아래 두 개의 종파 내지는 법학파가 추가되어 있다. 이들이 바로 데오반디(Deobandi)와 바렐비(Barelvi, 발음과 표기에 따라 바렐위, 바렐비, 발레비 등으로 칭한다)다.
19세기 인도-파키스탄 지역을 중심으로 이슬람 부흥 운동이 확산하였다. 서구 식민 지배에 맞서며 독립을 쟁취하는 방법으로 이슬람 가치관을 강화하였다. 당시 인도 데오반드 마을에 위치한 다룰 울룸(Darul Uloom) 신학교를 중심으로 확산한 종파가 데오반디다. 1866년 무함마드 까심(Muhammad Qasim)과 라시드 아흐마드(Rashid Ahmad)가 학교를 이끌던 때에는 철저하게 하나피 법학파의 해석과 가르침 아래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970년대가 되면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지역을 중심으로 데오반디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한발리 법학파의 영향을 받아 발달한 이슬람 근본주의를 표방하는 와하비(Wahhabi)와 결합하기 시작한다. 와하비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이슬람 근본주의적 성향이 강화된다는 것을 뜻하였다. 단순히 와하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을 뿐만 아니라, 지역의 관습으로 내려오는 남성 중심 사고나 문화가 결합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데오반디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자금 지원을 받으며 활동하였다. 이후, 사우디아라비아는 데오반디보다는 와하비 성향이 더욱 짙게 나타나는 아흘 하디스(Ahl Hadith)를 본격적으로 후원하기 시작하였다. 다양한 종파의 등장과 세력 구도 재편은 파키스탄 내 종파 간 갈등의 불씨가 되었다. 파키스탄이 인도에서 분리 독립한 이후, 데오반디는 파키스탄에서 확고하게 세력을 구축하였고, 현재 파키스탄 순니파 무슬림의 25%를 차지한다.
특히 데오반디가 이슬람 교육과 선교를 목적으로 설립한 타블리기 자마아트(Tablighi Jamaat)는 ‘보다 더 이슬람적인 이슬람’을 표방하며 전 세계를 대상으로 활동하고 있다. 타블리기 자마아트 추종자들은 대체로 분산되어 활동하기 때문에 정확한 신자 수를 추정하기는 어려우나, 전 세계적으로 최소 1,200만 명, 최대 8,0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인다. 타블리기 자마아트는 미국을 비롯한 여러 서구 국가 주목하는 단체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과 연계되어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바렐비는 1870년에서 1890년 사이 수피 학자였던 아흐메드 라자 칸 바렐비(Ahmed Raza Khan Barelvi)가 주도하여 만든 세력이다. 데오반디와 아흘 하디스의 방향성에 반대하며 등장하였는데, 과거의 순수 이슬람으로 회귀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이전의 이슬람 부흥운동과 달리, ‘현재 상황에서 진화한’ 이슬람을 표방하였다. 원론적인 목적상 차이가 존재하였다고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바렐비 역시 하나님을 향한 헌신과 샤리아 준수를 주장하는 근본주의적 성향을 띄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예언자 무함마드를 존경하는 성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수피의 영향을 받아 성인 숭배 경향이 짙은데, 예언자 무함마드를 가장 고귀한 존재로 여기며 모든 존재 중 가장 높은 존재로 여긴다는 점이다.
파키스탄 순니 무슬림의 60% 이상이 바렐비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렐비에 속하는 다양한 종교 단체가 파키스탄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전 세계로 확산하였다. 이들 중 대표적인 단체로는, 우리나라에도 유입되어 일정 규모 이상의 무슬림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주요 조직 중 하나인 다와트 이슬라미(Dawaat Islami)를 꼽을 수 있다. 전 세계에 모스크(성원)와 무살라(예배소)를 건설하여 무슬림들을 바렐비로 이끄는 선교 활동을 주로 진행한다.
전 세계 무슬림 시아 인구비율과 유사하게, 파키스탄 내 시아파는 10~15% 수준이다. 소수자인 시아파는 파키스탄 내에서도 차별과 박해를 받고 있다. 단순히 사회적 차별뿐 아니라 실제로 목숨을 잃는 경우도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 순니파 극단주의자의 손에 2008년 이후 수천 명 이상의 시아 무슬림이 살해되었다.

바렐비가 데오반디를 비판하며 등장하였기 때문에 바렐비와 데오반디의 관계는 우호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아파라는 공동의 공격 상대가 존재하기에, 파키스탄 내 바렐비와 데오반디는 상호 간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기보다는 순니파라는 공통점 아래 시아파를 공격하거나, 순니파 관점에서 이슬람 근본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7세기에 시작한 이슬람이 21세기까지 이어오면서 수많은 종파와 계파가 형성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4대 법학파 중 가장 늦게 이뤄진 한발리 법학파가 9세기 말에 확립되었으니, 그 기나긴 시간 동안 이슬람 세계가 초기 이슬람 종파의 특성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사실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문제는 데오반디와 바렐비의 성향이 매우 넓은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공식적으로는 이슬람 근본주의적 성향을 보이고, 정치에 개입하지 않으며, 개인의 종교 생활을 돕는데 집중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있지만, 실제로는 매우 온건한 세력부터 탈레반과 연계한 극단주의 조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성향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 있다. 특히 데오반디나 바렐비 내 극단주의 성향의 단체는 기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대외적으로 표방한 반식민주의, 반이스라엘, 반서구를 넘어서서 이슬람 자체를 향한 공격이나, 왜곡, 비방을 빌미로 삼아 극단적 행동을 취한다. 극단주의 행동을 촉발하는 원인이 늘어나는 것은 앞으로 종교적인 영역을 비판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하며, 해석에 따라 극단주의의 공격 대상이 결정될 수 있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다.
이런 맥락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신성모독법이다. 파키스탄은 자국 내 신성모독법을 점점 더 강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고, 실제 집행 사례도 속속 등장하는 추세이다. 또한 유력한 종교 지도자와 단체는 정부에 압력을 넣으며 신성모독법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정치에 개입하지 않는다고는 하나, 이들 종교 세력의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파키스탄 정부 역시 이들의 영향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말해,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종교 단체의 입장과 달리, 이들이 지닌 사회적 영향력은 엄청나다.
특히 이들의 사상과 이상은 파키스탄을 벗어나 인도 북부, 방글라데시 등 남아시아를 넘어 중앙아시아 지역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데오반디와 바렐비가 중심 역할을 하고 있는 파키스탄 내 무슬림의 종교적 성향은 앞으로 이슬람 세계의 사상적 흐름을 추적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남아시아 지역에 널리 퍼져있는 데오반디와 바렐비 및 이들과 결합한 지역 고유의 민족적 관습과 성향은 주변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역시 이들의 영향을 받았다고 평가하는 것이고, 탈레반과 파키스탄 내 종교 단체의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늘날 이슬람 세계에서 주목하고 살펴보아야 하는 집단은 너무나 많다. 짧게나마 파키스탄 내 가장 대표적인, 그러나 우리 사회에 잘 알려지지 않은 종파를 살펴보았지만, 사실 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종파와 단체가 각기 세력을 구축하고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번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아랍 국가 내 변화만으로는 이슬람 세계의 종교 세력 변화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 아랍 국가의 역사가 끊임없이 흘러왔듯이, 다른 지역의 역사도 함께 흘러왔으며, 무슬림은 다양한 집단을 구성하고, 세력을 확장하였다. 살라피(Salafi), 와하비, 꾸뜨비(Qutbi) 등 20세기 이슬람 세계에 강력한 영향력을 끼친 종교 해석과 사상운동이 아랍 세계를 중심으로 흘러왔다면, 21세기 이슬람 사상의 흐름을 낚아챌 신 스틸러가 이제 우리 앞에 그 모습을 온전히 드러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시사 칼람(Kalam) 11호. 2021년 10월 30일 토요일
(칼람은 아랍어로 말을 뜻합니다.)
이슬람 세계의 신 스틸러(Scene Stealer), 파키스탄의 데오반디와 바렐비
이수정 유로메나연구소 책임연구원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걸프 국가, 이집트, 알제리를 포함하는 북아프리카, 요르단, 이라크, 레바논 등 샴(Sham) 지역 국가 등 아랍 15개국을 대상으로 2008년부터 진행한 연간 조사 결과가 언론에 발표되었다. 해당 조사의 주제는 아랍 국가의 젊은 세대가 이슬람을 바라보는 관점과 변화 추이다. 조사 결과는 놀라웠다. 2019년 조사에 응한 아랍의 18세에서 24세 사이의 젊은 청년의 66%가 중동 지역에서 이슬람의 역할이 너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79%가 종교 기관을 개혁할 필요가 있다고 답변하였다. 이 수치를 눈여겨보아야 하는 다른 이유는 조사 진행 기간 중 이슬람의 역할이 너무 크다고 생각한 젊은 세대의 비율이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슬람이 시작한 곳이자 역사 속에서 이슬람 세계를 이끄는 역할을 수행하고, 자청하기도 하였던 아랍 국가 내 젊은 세대의 종교성 변화는 현대 사회 속 이슬람 국가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아랍 국가 내 종교의 의미가 조금씩 변화하는 동안 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와 같은 이슬람이 다수인 다른 지역의 이슬람 역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지역은 아랍 세계의 흐름과 반대로 ‘강경 이슬람의 부상’, ‘신근본주의의 성장’, ‘신성모독법 강화’ 등 이슬람을 강조하고 종교적 특성이 강해지는 형국이다.
이슬람은 결코 하나의 특성으로 단일화할 수 없고, 수많은 국가에 널리 퍼져있는 종교이기에, 그 신자 수만큼이나 다양한 특성이 존재한다. 아랍 지역에서는 이슬람을 강조하고, 개인의 절대적 신념으로 삼는 비율이 줄어드는 반면에, 다른 어딘가에서는 이슬람의 이름으로 극단적인 행동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 글에서는 다양한 지역의 여러 이슬람 국가 중에서도 파키스탄의 사례를 통해 그동안 많이 접해보지 못한 이슬람 세계의 또 다른 종교 지형 중 하나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한국어로 정확하게 의미를 부여하여 이슬람 세계에 있는 여러 종파와 법학파, 종교 단체를 구분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이슬람이 순니파와 시아파로 나뉘어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시아파의 경우 정통칼리파 알리를 계승한 이맘을 따라 내려가며, 다섯이맘파(자이디파, Zaydi), 일곱이맘파(이스마일리파, Ismaili), 열두이맘파(이마미, Imami)로 구분한다. 시아파 신자 대다수는 열두이맘파에 속한다. 이들 외에도, 알라위(Alawi)나 알레비(Alevi)에 속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순니파의 경우 특정 이슬람 법학자를 따르는 법학파로 다시 세분화한다. 말리키(Maliki), 하나피(Hanafi), 샤피이(Shafii), 한발리(Hanbali) 법학파로 나눌 수 있는데, 이를 통칭하여 4대 법학파라고 부른다. 이외에도 카리지파(Khariji)에서 파생한 세력과 수피(Sufi)를 세분화한 수피 종단에 따라 이슬람 세계의 종교적 특성을 분류한다.
특히 국내에서 일반적으로 순니 법학파를 논할 때는 4대 법학파를 중심으로 다루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해외의 이슬람 세계 종교 종파와 조직 구성도를 살펴보면, 하나피 법학파 아래 두 개의 종파 내지는 법학파가 추가되어 있다. 이들이 바로 데오반디(Deobandi)와 바렐비(Barelvi, 발음과 표기에 따라 바렐위, 바렐비, 발레비 등으로 칭한다)다.
19세기 인도-파키스탄 지역을 중심으로 이슬람 부흥 운동이 확산하였다. 서구 식민 지배에 맞서며 독립을 쟁취하는 방법으로 이슬람 가치관을 강화하였다. 당시 인도 데오반드 마을에 위치한 다룰 울룸(Darul Uloom) 신학교를 중심으로 확산한 종파가 데오반디다. 1866년 무함마드 까심(Muhammad Qasim)과 라시드 아흐마드(Rashid Ahmad)가 학교를 이끌던 때에는 철저하게 하나피 법학파의 해석과 가르침 아래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970년대가 되면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지역을 중심으로 데오반디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한발리 법학파의 영향을 받아 발달한 이슬람 근본주의를 표방하는 와하비(Wahhabi)와 결합하기 시작한다. 와하비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이슬람 근본주의적 성향이 강화된다는 것을 뜻하였다. 단순히 와하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을 뿐만 아니라, 지역의 관습으로 내려오는 남성 중심 사고나 문화가 결합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데오반디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자금 지원을 받으며 활동하였다. 이후, 사우디아라비아는 데오반디보다는 와하비 성향이 더욱 짙게 나타나는 아흘 하디스(Ahl Hadith)를 본격적으로 후원하기 시작하였다. 다양한 종파의 등장과 세력 구도 재편은 파키스탄 내 종파 간 갈등의 불씨가 되었다. 파키스탄이 인도에서 분리 독립한 이후, 데오반디는 파키스탄에서 확고하게 세력을 구축하였고, 현재 파키스탄 순니파 무슬림의 25%를 차지한다.
특히 데오반디가 이슬람 교육과 선교를 목적으로 설립한 타블리기 자마아트(Tablighi Jamaat)는 ‘보다 더 이슬람적인 이슬람’을 표방하며 전 세계를 대상으로 활동하고 있다. 타블리기 자마아트 추종자들은 대체로 분산되어 활동하기 때문에 정확한 신자 수를 추정하기는 어려우나, 전 세계적으로 최소 1,200만 명, 최대 8,0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인다. 타블리기 자마아트는 미국을 비롯한 여러 서구 국가 주목하는 단체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과 연계되어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바렐비는 1870년에서 1890년 사이 수피 학자였던 아흐메드 라자 칸 바렐비(Ahmed Raza Khan Barelvi)가 주도하여 만든 세력이다. 데오반디와 아흘 하디스의 방향성에 반대하며 등장하였는데, 과거의 순수 이슬람으로 회귀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이전의 이슬람 부흥운동과 달리, ‘현재 상황에서 진화한’ 이슬람을 표방하였다. 원론적인 목적상 차이가 존재하였다고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바렐비 역시 하나님을 향한 헌신과 샤리아 준수를 주장하는 근본주의적 성향을 띄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예언자 무함마드를 존경하는 성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수피의 영향을 받아 성인 숭배 경향이 짙은데, 예언자 무함마드를 가장 고귀한 존재로 여기며 모든 존재 중 가장 높은 존재로 여긴다는 점이다.
파키스탄 순니 무슬림의 60% 이상이 바렐비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렐비에 속하는 다양한 종교 단체가 파키스탄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전 세계로 확산하였다. 이들 중 대표적인 단체로는, 우리나라에도 유입되어 일정 규모 이상의 무슬림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주요 조직 중 하나인 다와트 이슬라미(Dawaat Islami)를 꼽을 수 있다. 전 세계에 모스크(성원)와 무살라(예배소)를 건설하여 무슬림들을 바렐비로 이끄는 선교 활동을 주로 진행한다.
전 세계 무슬림 시아 인구비율과 유사하게, 파키스탄 내 시아파는 10~15% 수준이다. 소수자인 시아파는 파키스탄 내에서도 차별과 박해를 받고 있다. 단순히 사회적 차별뿐 아니라 실제로 목숨을 잃는 경우도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 순니파 극단주의자의 손에 2008년 이후 수천 명 이상의 시아 무슬림이 살해되었다.
바렐비가 데오반디를 비판하며 등장하였기 때문에 바렐비와 데오반디의 관계는 우호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아파라는 공동의 공격 상대가 존재하기에, 파키스탄 내 바렐비와 데오반디는 상호 간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기보다는 순니파라는 공통점 아래 시아파를 공격하거나, 순니파 관점에서 이슬람 근본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7세기에 시작한 이슬람이 21세기까지 이어오면서 수많은 종파와 계파가 형성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4대 법학파 중 가장 늦게 이뤄진 한발리 법학파가 9세기 말에 확립되었으니, 그 기나긴 시간 동안 이슬람 세계가 초기 이슬람 종파의 특성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사실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문제는 데오반디와 바렐비의 성향이 매우 넓은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공식적으로는 이슬람 근본주의적 성향을 보이고, 정치에 개입하지 않으며, 개인의 종교 생활을 돕는데 집중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있지만, 실제로는 매우 온건한 세력부터 탈레반과 연계한 극단주의 조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성향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 있다. 특히 데오반디나 바렐비 내 극단주의 성향의 단체는 기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대외적으로 표방한 반식민주의, 반이스라엘, 반서구를 넘어서서 이슬람 자체를 향한 공격이나, 왜곡, 비방을 빌미로 삼아 극단적 행동을 취한다. 극단주의 행동을 촉발하는 원인이 늘어나는 것은 앞으로 종교적인 영역을 비판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하며, 해석에 따라 극단주의의 공격 대상이 결정될 수 있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다.
이런 맥락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신성모독법이다. 파키스탄은 자국 내 신성모독법을 점점 더 강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고, 실제 집행 사례도 속속 등장하는 추세이다. 또한 유력한 종교 지도자와 단체는 정부에 압력을 넣으며 신성모독법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정치에 개입하지 않는다고는 하나, 이들 종교 세력의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파키스탄 정부 역시 이들의 영향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말해,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종교 단체의 입장과 달리, 이들이 지닌 사회적 영향력은 엄청나다.
특히 이들의 사상과 이상은 파키스탄을 벗어나 인도 북부, 방글라데시 등 남아시아를 넘어 중앙아시아 지역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데오반디와 바렐비가 중심 역할을 하고 있는 파키스탄 내 무슬림의 종교적 성향은 앞으로 이슬람 세계의 사상적 흐름을 추적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남아시아 지역에 널리 퍼져있는 데오반디와 바렐비 및 이들과 결합한 지역 고유의 민족적 관습과 성향은 주변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역시 이들의 영향을 받았다고 평가하는 것이고, 탈레반과 파키스탄 내 종교 단체의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늘날 이슬람 세계에서 주목하고 살펴보아야 하는 집단은 너무나 많다. 짧게나마 파키스탄 내 가장 대표적인, 그러나 우리 사회에 잘 알려지지 않은 종파를 살펴보았지만, 사실 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종파와 단체가 각기 세력을 구축하고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번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아랍 국가 내 변화만으로는 이슬람 세계의 종교 세력 변화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 아랍 국가의 역사가 끊임없이 흘러왔듯이, 다른 지역의 역사도 함께 흘러왔으며, 무슬림은 다양한 집단을 구성하고, 세력을 확장하였다. 살라피(Salafi), 와하비, 꾸뜨비(Qutbi) 등 20세기 이슬람 세계에 강력한 영향력을 끼친 종교 해석과 사상운동이 아랍 세계를 중심으로 흘러왔다면, 21세기 이슬람 사상의 흐름을 낚아챌 신 스틸러가 이제 우리 앞에 그 모습을 온전히 드러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