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칼람(Kalam) 3호 2021 이란 대선 이야기(1) (박현도)

유로메나연구소
2021-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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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칼람(Kalam) 3호. 2021년 6월 29일 화요일  

(칼람은 아랍어로 말을 뜻합니다.)


2021 이란 대선 이야기(1)


박현도 유로메나연구소 연구교수

중동산업협력포럼 -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지난 6월 18일, 이란의 이슬람 태양력 1400년 호르다드(Khordad)월 28일에 제13대 대통령 선거가 열렸다. 재임한 대통령 수를 기준으로 하면 8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다. 이란의 대통령은 임기 4년, 국민직선이고, 연임은 한번 가능하여 연속 8년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다. 중임도 가능하다. 8년 한 후 4년 쉬고 다음 대선에 나와 당선되면 대통령이 될 수 있다.



대통령은 국가 서열 2위다. 1위는 최고지도자다. 최고지도자는 시아파 성직자 중 학식과 인품이 뛰어나 모두가 따르고자 애쓰는 훌륭한 종교지도자만이 될 수 있다. 국가원수인 최고지도자는 국방권을 쥐고 있다. 대통령은 군통수권자도 장군 임면권자도 아니다. 2020년 1월 미군 드론 공격으로 바그다드 공항에서 사망한 이란 혁명수비대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루하니 대통령이 석유수출을 막는 미국을 향해 강경한 발언을 내놓자, “시의적절하고 진중하고 바른 말을 하였으니, 당신 손에 입을 맞추고 싶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루하니 전임 아흐마디네자드는 혁명수비대 사령관 자파리에게 뺨도 맞았다. 군과 대통령의 관계가 이러하다.


대통령은 내각을 구성하여 국가를 운영하는 행정부 수반이다. 그러나 정보부나 외교부 장관은 함부로 지명하지 못한다. 최고지도자의 승인과 낙점이 필수다. 법무부 장관은 최고지도자가 임명한 사법부 수장으로부터 받은 추천명단에서 대통령이 선택한다.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정보부 장관 인선은 최고지도자 몫이다.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자신과 사사건건 충돌하던 모슬레히 장관이 사표를 내자 자신의 정치적 동반자이자 사돈인 마샤이를 장관으로 임명하려고 하였으나 최고지도자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이에 항의의 표시로 11일간 결근 투쟁을 벌였다. 정보부 장관은 최고지도자에게 보고할 내용을 대통령에게 결코 보여주지 않는다. 모슬레히 장관은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최고지도자에게 보고할 내용을 자신에게도 달라고 하면서 졸랐다고 토로하였다.


삼권부의 수장, 즉 입법부 국회의장, 사법부 수장, 행정부 수반 대통령은 사실상 동급이다. 미국 제재로 경제가 극심한 곤경에 처하자 최고지도자의 뜻에 따라 중요 경제 사안을 삼부 수장이 모여 결정하였다. 대통령이 국가원수인 우리와는 참 많이 다르다. 이쯤 되면 “대통령을 해서 뭐하나?”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대통령은 민심을 업고 있다.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대통령을 함부로 대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아무나 대통령 선거에 나설 수도 없는 나라가 이란이다. 대통령 출마 등록은 내무부 선거위에 가서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최종 출마자는 헌법수호위원회가 결정한다. 헌법수호위원회는 6년 임기의 12명 위원으로 구성된다. 6명은 이슬람법 전문가로 종교인이다. 최고지도자가 직접 임명한다. 또 다른 6명은 이슬람법을 잘 아는 일반법 전문가로 최고지도자가 임명한 사법부 수장이 추천하여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한다. 헌법수호위원회는 원래 국회가 만든 법이 이슬람법 정신에 일치하는지 여부를 검토하여 불합치라고 판단하면 국회로 다시 돌려보내는 기관이다. 그런데 선거 출마자 심사도 맡고 있다.


2017년 대선 후보 등록자는 1636명. 이중 6명만 헌법수호위원회 심사에 통과하여 대선에 나섰다. 이번 선거에는 남성 552명, 여성 40명 등 모두 592명이 후보등록을 마쳤으나 7명의 합격자만 출마 승인을 받았다. 1997년 53세 아잠 탈레가니가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대선 후보로 등록하였으나, 헌법수호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였고, 이후 이번 대선까지 단 한 명의 여성도 대선에 나서지 못했다. 여성의 입후보가 불가능한 이유는 이란 헌법 115조에 “라졸레 시야시(rajol-e siyasi)”가 대선에 나설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졸레 시야시”는 “정치적인 사람”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문제는 사람을 가리키는 “라졸(rajol)”이 아랍어로 남성을 뜻하는 ‘라줄(rajul)’에서 온 말이라는 사실이다. 헌법수호위원회는 라졸을 남성으로만 해석한다.




헌법수호위원회는 이번 대선 후보 등록 전에 후보자는 40~70세로 석사학위나 동등한 자격을 지녔고, 단체 경영 경력 4년 이상으로 전과기록이 없는 자여야 한다는 제한 조건을 내걸었다. 이에 루하니 대통령은 헌법수호위원회는 입법기관이 아니기에 이러한 자격 제한 규정을 만들 수 없다고 강력 비판하였지만, 별무소용이었다.


차세대 지도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큰 39세의 현 정보통신기술부 장관 자흐로미는 나이 제한에 걸려 출마 길이 막혔고, 혁명수비대 건설담당 하타몰안비야 부대 사령관 사이드 모함마드는 4년 경력 제한에 걸려 제외되었다. 전과 기록의 희생자는 개혁파 정치인으로 2009년 대선 부정 항의 시위 선동죄로 7년 옥살이를 하고 2016년 자유의 몸이 된 타즈자데다. 



개혁파 신문 에테마드는 5월 3일자 1면에는 개혁파 모임인 ‘이란개혁전선(Jabhe-ye Eslahat-e Iran)’이 위원 자체 여론조사를 거쳐 선정한 개혁파 후보 14명(남 12, 여 2)의 명단을 실었다. 1위를 차지한 현 외교부 장관 자리프는 비공개 인터뷰 테이프가 누출되면서 심각한 타격을 입어 출마를 포기하였고, 나머지 13명은 후보 심사에서 전원 탈락하였다. 개혁파 성직자로 인기가 높은 호메이니의 손자 하산 호메이니는 출마를 포기하였다. 지난 4월 동생 야세르 호메이니는 개혁파 언론 자마란 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최고지도자가 하산 호메이니에게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출마하는 것은 이롭지 않다”고 조언하였다고 밝혔다. 최고지도자의 충고를 무시하고 출마 등록을 한다고 해도 승인될 가능성이 없으니 포기한 것이다.


전 국회의장 라리자니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탈락하였다. 반면 아흐마디네자드는 모두의 예상대로 출마 길이 막혔다. 아흐마디네자드는 2005년부터 2013년까지 8년간 대통령을 연임하였지만 믿을 수 없는 인물로 보수정파에 찍힌 인물이다. 대중적 인기가 높아 대선에서 보수정파가 원하는 인물을 탈락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컸다.



그럼 헌법수호위원회는 대선 후보 심사 탈락의 이유를 알려줄까? 라리자니가 공개적으로 자신이 탈락한 이유를 밝히라고 요구하자 헌법수호위원회 대변인 카드호다이는 “후보승인과 탈락은 충분히 신뢰할만한 서류 심사를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대통령선거법에는 탈락에 항의할 수 있다는 조항도, 탈락 이유를 공개적으로 밝혀야 한다는 조항도 없다”고 하면서 탈락사유 해명을 거부하였다.


헌법수호의원회가 선거를 사전에 좌지우지한다는 비판은 예전부터 있어왔지만, 이번 대선은 유난히 더 크게 들린다. 게다가 전 정보부 장관 모슬레히가 언론인터뷰에서 2013년 대선 때 라프산자니가 당선될 가능성이 커서 체제에 위험하다고 헌법수호위원회에 알렸다고 말하였다. 즉, 정보부와 헌법수호위원회가 후보심사에 공조했다는 말이다. 라프산자니는 2013년 대선 출마후보자 심사에서 미역국을 먹었다. 화가 난 라프산자니가 강력히 밀어 2013년 선거에서 이긴 사람이 바로 현 루하니 대통령이다.



하산 호메이니는 후보를 대거 탈락시킨 것은 이슬람 공화국의 공화정 본질에 어긋나는 반혁명적 행위라고 하면서 헌법수호위원회를 강력 비판하였다. 또한 자신이 후보로 승인받았더라도, 이러한 상황에서는 사퇴할 것이라고 말하였다.


사실 선거는 결과만큼이나 과정도 중요하다.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해야 승자나 패자 모두 아름다운 법이다. 그래서일까? 인터넷 상에는 다음과 같은 농담 아닌 농담이 떠다녔다.


“미국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선거가 끝난 지 한 달이 다 되어도 누가 승자인지 모르지만, 우리 이란은 선거 한 달 전에 이미 승자가 누구인지 안다.”





다음날 19일 새벽 2시까지 치러졌지만 2021 대선은 48.8%라는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하면서 막을 내렸다. 그리고 모두가 승자로 꼽은 후보가 여유있게 큰 표차로 대통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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