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칼람(Kalam) 8호 아프간 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 (성일광)

관리자
2021-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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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칼람(Kalam) 8호. 2021년 9월 5일 일요일  

(칼람은 아랍어로 말을 뜻합니다.)


아프간 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


성일광 유로메나연구소 연구교수


     

전 세계의 눈은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이 새롭게 거듭날 수 있을까? 탈레반은 정말 온건 이슬람 조직으로 변모할 수 있을까? 지금 우리가 가장 궁금해 하는 질문이다.


현재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의 국가 명칭을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에미리트(Islamic Emirate of Afghanistan)’로 부르고 있다. 당연히 이슬람이 통치하는 국가를 의미하는 국가명이다. 탈레반을 설명할 수 있는 이데올로기 세 가지는 데오반디(Deobandi), 와하비(Wahhabi), 파슈툰왈리(Pashtunwali)이다. 데오반디는 19세기 인도의 데오반드 지역에서 발생한 반외세 반영국 이슬람 원리주의 운동으로 데오반디 마드라사(이슬람 교육을 위한 학교)에서 정통파 이슬람 교육을 시작했다. 1947년 건국된 파키스탄에도 데오반디 마드라사가 세워지고 인도의 유력 데오반디 운동가들이 건너갔다. 수많은 젊은 아프간 파슈툰 청년들이 파키스탄 데오반디 마드라사에서 이슬람 교육을 받아 탈레반이 되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 원리주의 와하비는 1979년 소련의 아프간 침공 이후 탈레반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아프간의 무자헤딘(지하드 전사)과 데오반디 마드라사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하였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마드라사에 와하비 사상을 주입하였다. 아프간 청년들은 자연스럽게 와하비 사상을 접하고 탈레반이 되었다. 파슈툰왈리는 파슈튠족이 공동으로 지키는 생활규범으로, 복수, 열정, 자치 등 다양한 가치를 추구한다.


탈레반의 형성과 발전사를 살펴보면, 이슬람 원리주의가 가장 중요한 근간을 이루고 있다. 탈레반이 2001년 바미얀(Bamiyan) 석불을 왜 폭파했고, 여성을 살해하고 억압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관건은 과연 탈레반이 온건한 이슬람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는가이다. 탈레반과 유사한 조직의 사례를 살펴보면 탈레반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먼저 가자 지구의 이슬람 무장단체 하마스의 사례를 살펴보자. 2006년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하마스는 온건파 파타흐를 누르고 승리한 후, 파타흐와 함께 통합정부까지 구성했지만 이듬해 파타흐를 몰아내고 가자 지구를 차지했다. 하마스 통치하의 가자 지구의 삶은 20년 전 탈레반 통치하의 아프가니스탄과 유사하다. 외출하는 여성은 부르카는 아니지만 최소한 히잡을 착용해야 하고, 여성 혼자 택시를 이용하려면 여성 운전자 택시를 타야 한다. 세속적인 음악과 알코올이 들어간 음료수는 완전히 금지됐다. 하마스는 가자 지구 주민 사생활을 일일이 간섭하는 ‘이슬람식 빅브라더’다. 레바논의 헤즈볼라도 별 차이가 없다. 시아파 주민들을 철저히 통제하는 헤즈볼라는 필요시 주민들의 통화기록까지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탈레반의 단기적 목표는 아프간에 이슬람법 샤리아가 통치하는 이슬람 국가를 세우는 것이고, 장기적인 과제는 주변국을 이슬람화하고 전 세계로 이슬람 이데올로기를 전파하는 것이다. 하마스와 헤즈볼라는 물론 알카에다와 IS 등 이슬람 원리주의 단체는 이 같은 공통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슬람 가치에 기반한 탈레반의 통치가 갑자기 바뀔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오히려 미군 철수는 오래 버티고 견디면 기회가 온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알카에다와 IS에게 줄 가능성이 높다.


20년 만에 아프간 철수를 결정한 미국을 보면 18년 만에 레바논 남부에서 철수한 이스라엘이 떠오른다. 쉽지 않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오랜 기간 인력과 자원을 투자했지만 결국 실패했다는 점에서 서로 일맥상통한다. 1982년 레바논을 침공한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에 안전지대를 조성해 헤즈볼라 공격을 막아보려 했지만 실패하고, 2000년 전격 철수했다. 철수를 결정한 이유는 헤즈볼라의 게릴라 전술에 매달 이스라엘군 사상자가 발생하였고 무의미한 전투에 많은 젊은이가 희생된다는 국내여론의 압박 때문이었다.



미국은 3조 달러에 가까운 천문학적 원조금과 20년이란 긴 세월을 투자했지만, 부패하고 무능한 아프가니스탄 정부를 지속 가능하고 효율적인 정부로 탈바꿈하는데 실패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정치인들이 변화와 개혁의 주체가 되지 못한 상태에서 외부 수혈만으로 국가 재건은 어렵다는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두 번째 교훈은 탈레반과 같은 지하드 이슬람 테러조직에 대처하는 새로운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국제사회는 여전히 알카에다와 IS와 같은 지하드 이슬람 단체 퇴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들의 급진화한 이슬람 이데올로기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사태가 중동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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