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말
유럽은 주변 지역과의 갈등과 화해를 반복해 온 긴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유럽의 정체성과 경계가 형성되었으며, 유럽인들은 자연스럽게 ‘유럽다움’과 ‘유럽답지 않음’을 구분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우리” 유럽인과 “너희” 비유럽인이라는 관계가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유럽의 역사적 발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주변 지역은 오늘날의 중동·북아프리카, 즉 MENA(Middle East & North Africa) 지역입니다. 다양한 인종과 민족이 공존해 온 유럽에서 정체성 구분의 중요한 기준은 오랫동안 기독교와 비기독교의 구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유럽을 둘러싼 MENA 지역의 대다수 인구가 무슬림이기에, 유럽은 이 지역을 때로는 위협으로, 때로는 멸시의 대상으로 바라보아 왔습니다. 역사적으로도 유럽과 MENA는 선린과 갈등을 반복하며 상호 깊은 영향을 주고받아 왔습니다.
탈냉전 이후 한국의 외교 노선이 다자주의로 전환되고, 2000년대 중반 한-EU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계기로 유럽은 한국 사회에 더욱 친숙한 지역이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 학계에서도 유럽 연구가 크게 확대되었으며,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유럽을 심도 있게 이해하려는 노력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럽의 형성과 현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쳐 온 MENA 지역을 함께 이해하려는 시도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MENA 지역을 연구하는 학회와 연구자들이 다수 있으나, 유럽과 MENA를 하나의 유기적 ‘세계’로 인식하고 양자 간의 교류를 통합적으로 연구하는 작업은 아직 미비합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2019년 4월 서강대학교에 유로메나연구소가 설립되었습니다. 연구소는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20명 이상의 전문가와 함께 유럽과 MENA가 역사 속에서 어떻게 공존과 갈등을 경험했는지 활발히 연구해 왔습니다. 그 결과 전국학술대회와 월례발표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하였으며, 『역사 속의 유로메나 : 교류와 갈등의 역사』(2021), 『식탁에서 만나는 유로메나』(2023), 『기억의 장소 : 유럽 속 이슬람 유산』(2025) 등 다양한 연구 성과를 출간하였습니다.
또한 본 연구소는 2024년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소 지원사업(2024–2030)에 선정되어, <유럽과 이슬람 세계 : 두 개의 지중해에서 하나의 지중해로>라는 아젠다 아래 공동연구를 더욱 심화하고 있습니다. 본 사업은 유럽과 MENA가 결코 분리된 두 세계가 아니라, 역사적으로 끊임없는 교류 속에서 형성된 하나의 문명권이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 연구를 통해 유로메나연구소가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감사합니다.
2025년 12월
서강대학교 유로메나연구소 소장
박 단 (사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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