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예술 1호, 이슬람 예술, 이야기의 시작. (이수정)

유로메나연구소
2021-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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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예술 1호. 2021년 11월 21일 일요일  


이슬람 예술, 이야기의 시작.


이수정 유로메나연구소 책임연구원


이슬람 예술이라고 하면, 흔히들 종교적 이유로 이슬람 세계에는 ‘예술’이라고 칭할 만한 것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 형상을 그릴 수 없기에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라고 단정 짓는 경우가 다수이다. 혹은 ‘내가 아는 이슬람 예술이 무엇이 있을까?’라고 생각했을 때, 특징적으로 머릿 속에 ‘팍’하고 떠오르는 걸작이 없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실일까?

 

이슬람 세계에도 예술은 존재한다. 예언자 무함마드가 메카에서 메디나로 이동한 그 이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스페인 남부에서 메나(MENA, Middle East and North Africa)를 지나 중국에 닿기까지, 종교 시설에서 그림책에 이르기까지, 시대, 지역, 종류별로 다양하다. 이슬람 세계의 역사는 광활한 지역에서 기나긴 시간 동안 지속되었다. 수없이 많은 왕조가 흥망성쇠를 거듭하였기에, 이슬람 세계의 역사를 한눈에 조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슬람 세계의 역사를 살펴보기 위한 주요 키워드로 ‘이슬람 예술’을 설정하고, 현존하는 이슬람 예술에서 역사 속 흔적을 되살리는 것은 무척이나 매력적인 작업이 될 것이다.

이슬람 예술을 소개하거나 이해하려 할 때 가장 먼저 마주하는 난제는 ‘과연 이슬람 예술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이슬람 예술의 정의를 무슬림이 만들고, 의미를 부여하고, 사용한 예술품으로 단순하게 정의하면 복잡다단한 이슬람 역사 속에서 등장한 다양한 예술 작품이 갈 길을 잃는다. 예루살렘에 위치한 바위의 돔(Dome of the Rock)이 좋은 예다. 바위의 돔은 무슬림 통치자의 후원으로 무슬림을 위해 건설되었지만, 실제 건축 기술자는 비잔티움 제국 사람들이었다. 그렇다면 이 건축은 이슬람 세계의 작품일까, 아니면 비잔티움 제국의 유산일까? 또, 시칠리아의 로저 2세(Roger II)의 대관식을 위해 제작한 대관복을 예로 들어보자. 로저 2세는 기독교인이었지만, 대관복을 만든 사람은 무슬림이었다. 기독교인 통치자를 위해 만들었지만, 대관복 안에는 이슬람적 요소가 녹아 있다. 그렇다면, 이 대관복은 이슬람 예술의 하나일까, 아니면 기독교 세계의 예술로 보아야 할까? 앞으로 소개할 많은 이슬람 예술을 보고 나면 이러한 질문에 자연스럽게 답할 수 있을 것이다.


바위의 돔(좌)과 로저 2세의 대관복(우). Ⓒ위키피디아


이슬람 예술은 몇 가지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크게 건축과 회화, 공예로 나눈다. 건축은 다시 종교 건축과 세속 건축으로, 회화는 필사본과 세밀화로 나눈다. 공예는 카펫, 도자기, 등잔 등 용도를 기준으로 나누거나, 재료, 기법 등을 기준으로 세분화 할 수 있다. 종교 건축은 말 그대로 이슬람을 위한 건축으로, 보통 모스크 건축을 칭한다. 세속 건축은 종교 건축을 제외한 건축으로, 왕궁, 급수대, 카라반사라이, 목욕탕 등 다양한 건축을 포함한다. 필사본은 말 그대로 손으로 옮겨 적은 책으로, 꾸르안(Qur’an) 필사본이 대표적이다. 세밀화는 이슬람 세계에서 출판된 책에 수록한 회화 작품을 주로 지칭하나, 단독 작품으로 그린 회화도 존재한다.




앞으로 다양한 이슬람 예술을 논하겠지만, 이 글에서는 가장 먼저 이슬람 세계 종교 건축을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하는 몇 가지 요소를 설명하고자 한다. 이슬람은 종교가 생활의 중심이 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무슬림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든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 소수의 사람들이 모이는 작은 공간에서부터 한 도시를 대표하는 거대한 모스크까지 다양한 규모의 예배 공간이 존재한다. 지역 통치자가 권력을 표출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고, 교육을 실시하고, 가난한 사람들, 갈 곳을 잃은 자들의 쉼터가 되기도 하며,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머물 공간이 되기도 한다. 세속적 왕조를 세우고 통치를 하였지만, 이슬람이라는 종교 정통성 확보와 유지는 이슬람을 표방한 왕조의 필수 과제였다. 이런 맥락에서 모스크 건축은 이슬람 왕조의 가장 중요한 과업이었다. 무슬림이 다수인 현대 국가 역시, 현대적 디자인 요소를 가미한 모스크 건설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무슬림이 소수인 국가에 이주해 살며 공동체를 이룬 무슬림 역시 거주 환경에 맞는 모스크나 예배소를 마련하여 종교 생활을 이어간다. 이런 종교 시설을 더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는 종교 건축 속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요소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이슬람 문화를 조금이라도 접해 본 경험이 있다면, 모스크라는 말을 들을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을 것이다. 올록볼록한 반구형 돔이 지붕 위에 올라가 있고, 건물 모서리 즈음에는 뾰족한 기둥이 하늘 높이 솟아 있다. 이러한 형태의 모스크는 주로 오스만제국 시대에 주로 건설하였고, 당대 걸출한 건축가 시난(Sinan)의 건축술을 따랐다. 현재 터키에 가면 가장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나 기나긴 시간 방대한 지역에서 건축하다 보니 이슬람 세계의 모스크는 하나로 통일된 형태를 보이지는 않는다. 기본 요소는 같아도 각각의 형태는 건축 시기와 지역, 기후, 사용 가능한 자재 등 여러 요소의 영향을 받아 여러 변형을 산출하였다.



모스크 관련 기본 요소. Ⓒ이수정(저자그림)


그래도 모스크에 공통적으로 많이 나타나는 요소를 꼽자면, 외부적으로는 미나렛(미나레트, Minaret), 돔(Dome), 중정(Courtyard)을, 내부적으로는 키블라(Qibla)를 알려주는 미흐랍(Mihrab), 민바르(Minbar), 세정시설 등을 들 수 있다.

   미나렛은 모스크 건물 위에, 또는 모스크 외부에 높게 솟아 있는 탑과 같은 구조물을 가리킨다. 모스크에서는 예배 시간을 알리는 아잔(Azan)을 행하는데, 과거에는 소리가 더 멀리 퍼지도록 미나렛 위에 올라가 아잔을 진행하였다. 또한 미나렛 자체가 모스크의 위치를 알려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우리가 익숙하게 생각하는 연필심처럼 하늘로 높이 솟아오른 미나렛은 오스만제국 시기의 모스크에 많이 나타난다. 북아프리카에서는 부피감과 공간이 있는 사각기둥 형태를 취하기도 하고, 페르시아 문화의 영향을 받은 지역에서는 거대한 문과 같은 형태로 건축되기도 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소규모 무살라(예배소)나 모스크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외부로 자신들의 정체성이 강하게 드러내는 미나렛을 찾아보기 어렵다. 




 다양한 미나렛의 모습. Ⓒ위키피디아


돔 역시 모스크 건축에 있어 꼭 필요한 요소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 또한 건설 시점과 지역에 따라 돔이 없기도 하고, 돔의 모양 역시 완벽한 반구형에서 뾰족한 꼭짓점이 있는 형태, 길쭉하게 솟아오른 형태 등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돔은 모스크의 필수 요소라기보다는 장식적 요소다. 모스크의 구조를 더욱 멋있게 하고, 보는 이가 압도감을 느끼도록 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이슬람 세계가 건축한 돔의 형태와 돔 위의 장식적 요소는 각기 다른 모습으로 수많은 이야기를 전한다. 

 


다양한 돔 구조물의 모습. Ⓒ위키피디아


중정은 모스크 안 넓은 마당이나 뜰을 가리킨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예배 시간에는 이 마당에서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예배를 한다. 마당 한 켠에 자리 잡고 앉아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자유롭게 왕래하며 이용하는 공간이다. 마치 우리 전통 가옥의 구조처럼 중정 역시 기후에 따라 형태를 달리하는 점은 흥미롭다.

 

 카이로완 대모스크(좌)의 넓은 중정과 발흐(Balkh) 모스크 복원도(우) Ⓒ위키피디아(좌) muslimheritage.com(우)


 우리나라의 따뜻한 남부 지역의 전통 가옥은 대청마루가 있고, 마당이 넓지만, 추운 북부 지역의 집은 화장실과 외양간마저 주거 공간 안으로 들어 온 폐쇄적 형태다. 이와 마찬가지로, 추운 지역의 모스크는 중정이 작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을 만든다는 것은 모스크 건설의 중요한 요소이지만, 중정 존재 자체가 모스크의 필수적인 요소는 아니다.

끼블라는 예배 방향을 뜻하는 말로,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를 향한다. 모스크나 예배소에 들어가면, 반드시 끼블라를 나타내는 미흐랍이 있다. 미흐랍을 꾸미거나 만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화살표 모양의 스티커로 키블라 표식을 해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무슬림은 이를 보고 모스크에서 예배한다.

 


이집트 술탄 하산 모스크의 미흐랍과 민바르. Ⓒ위키피디아

 국내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성원 내 미흐랍과 민바르. Ⓒ이수정(저자촬영)


미흐랍 옆에는 보통 민바르(설교단)가 있다. 민바르는 예배 중에 사용한다. 아무리 작은 규모의 예배소라 할지라도, 미흐랍과 민바르는 어떤 형태로든지 해당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알아볼 수 있도록 존재한다. 미흐랍, 민바르와 함께 모스크나 예배소에서 반드시 볼 수 있는 공간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세정시설이다. 규모가 작은 곳은 화장실 수도를 사용하기도 하고, 규모가 큰 경우에는 건물 외벽을 따라 수도 시설을 만들어 사용한다. 세정시설의 규모를 보고 해당 종교 시설의 신자 수를 짐작할 수 있을 만큼, 세정시설은 필수적인 요소이다.

 


파키스탄 라호르에 위치한 모스크의 세정시설 Ⓒ위키피디아

우리나라 김해에 위치한 모스크의 세정시설 Ⓒ이수정(저자촬영)


이슬람 세계의 예술, 또 앞으로 가장 먼저 이야기의 주제가 될 모스크를 더욱 편하게 이해하기 위하여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 하는 기본적인 설명은 여기에서 마무리한다. 이제, 7세기를 시작으로 아라비아반도에서 출발하여, 유럽, 중국에 이르는 광활한 지역에서 이슬람 신앙 전통이 남긴 예술의 흔적을 하나씩 찾아가는 여정의 첫발을 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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